정지용문학상 역대 수상작 28회~36회 보기- 신달자,김남조,김광규,문태준,장석남,이문재,최동호,유종호,이재무
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정지용문학상 역대 수상작 28회~36회 보기- 신달자,김남조,김광규,문태준,장석남,이문재,최동호,유종호,이재무

by 브리핑1004 2025. 4. 27.
반응형

정지용문학상은 '시와 시학사'에서 1989년 제정한 문학상입니다.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이 공동 주최하고 '지용회'가 주관합니다.

 

정지용문학상 역대 당선작 9편 보기- 신달자,김남조,김광규,문태준,장석남,이문재,최동호,유종호,이재무

 

 

 

 

정지용문학상  제 28회 2016년 수상작 

국물

신달자 

 

메루치와 다시마와 무와 양파를 달인 국물로국수를 만듭니다 

바다의 쓰라린 소식과 들판의 뼈저린 대결이 서로 몸 섞으며 

사람의 혀를 간질이는 맛을 내고 있습니다

 

 

바다는 흐르기만 해서 다리가 없고

들판은 뿌리로 버티다가 허리를 다치기도 하지만 

피가 졸고 졸고 애가 잦아지고 서로 뒤틀거나 배배 꼬여 

증오의 끝을 다 삭인 뒤에야 고요의 맛에 다가 옵니다 

 

 

내 남편이란 인간도 이 국수를 좋아하다가 죽었지요

바다가 되었다가 들판이 되었다가 들판이다가 바다이다가 

다 속은 넓었지만 서로 포개지 못하고 포개지 못하는 절망으로 

홀로 입술이 짓물러 눈 감았지요 

 

 

상징적으로 메루치와 양파를 섞어 우려낸 국물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바다만큼 들판만큼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몸을 우리고 마음을 끓여서 겨우 섞어진 국물을  마주보고 마시는

그는 내 생의 국물이고 나는 그의 국물이 었습니다 

 


 

정지용문학상  제 29회 2017년 수상작 

시계

김남조

 

그대의 나이 90이라고

시계가 말한다

알고 있어, 내가 대답한다

그대는 90살이 되었어

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

알고 있다니까,

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 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판 웃었다

그럴 테지 그럴 테지

그대는 속물 중의 속물이니

그쯤이 정답일 테지……

시계는 쉬지 않고 저만치 가 있었다

 


정지용문학상  제 30회 2018년 수상작 

그 손

김광규

 

그것은 커다란 손 같았다

밑에서 받쳐주는 든든한 손

 쓰러지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감싸주는 따뜻한 손

바람처럼 스쳐가는

보이지 않는 손

누구도 잡을 수 없는

물과 같은 손

시간의 물결 위로 떠내려가는

꽃잎처럼 가녀린 손

아픈 마음 쓰다듬어주는

부드러운 손

팔을 뻗쳐도 닿을락 말락

끝내 놓쳐버린 손

커다란 오동잎처럼 보이던

 


 

정지용문학상  제 31회 2019년 수상작 

저녁이 올 때

문태준

내가 들어서는 여기는
옛 석굴의 내부 같아요

나는 희미해져요
나는 사라져요

나는 풀벌레 무리 속에
나는 모래알, 잎새
나는 이제 구름, 애가(哀歌), 빗방울

산 그림자가 물가의 물처럼 움직여요

나무의 한 가지 한 가지에 새들이 앉아 있어요
새들은 나뭇가지를 서로 바꿔가며 날아 앉아요

새들이 날아가도록 허공은 왼쪽을 크게 비워놓았어요

모두가
흐르는 물의 일부가 된 것처럼
서쪽 하늘로 가는 돛배처럼

 


 

 

 

정지용문학상  제 32회 2020년 수상작 

 

목도장

장석남

서랍의 거미줄 아래

 

아버지의 목도장

이름 세 글자

인주를 찾아서 한번 종이에 찍어보니

문턱처럼 닳아진 성과 이름

이 도장으로 무엇을 하셨나

눈앞으로 뜨거운 것이 지나간다

이 흐린 나라를 하나 물려주는 일에

이름이 다 닳았으니


 

정지용문학상  제 33회 2021년 수상작 

혼자의 넓이

이문재

 

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늘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
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
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정지용문학상  제 34회 2022년 수상작 

어머니 범종 소리

최동호

 

어린 시절 새벽마다 콩나물시루에서 물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웃집에 셋방살이하던 아주머니가 외아들 공부시키려 콩나물

키우던 물방울 소리가 얇은 벽 너머에서 기도처럼 들려왔다.

 

새벽마다 어린 우리들 잠 깨울까 봐 조심스럽게 연탄불 가는

소리도 들렸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단잠을 자게 지켜 주시던,

일어나기 싫어 모르는 척하고 듣고 있던 어머니의 소리였다.

 

콩나물 장수 홀어머니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 가시고 콩나물 물 내리는 새벽 소리가 지나가면

불덩어리에서 연탄재 떼어내던 그 정성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잠 자주 깨는 요즈음 그 나지막한 소리들이 옛 기억에서

살아나와, 산사의 새벽 범종 소리가 미약한 생명들을 보살피듯,

스산한 가슴속에 들어와 맴돌며 조용히 마음을 쓸어주고 간다.

 


 

정지용문학상제 35회 2023년 수상작 

충북선

유종호

 

충북선은 내 마음의

자연사 박물관

출발의 설레임은 언제나

종점의 허망으로 끝나고

달려와 사라지는 풍경에 끌리어

혼자만의 낮꿈을 즐겼지

카이저 수염의 백작인가

인단仁丹 광고판이 보이면

유치하게 부자가 되고 싶었지

타개진 가마니로 몸을 감싸고

화물차에 실려 가는 장정들

반역의 꿈은 사납고 무서워

무시로 먼 산이나 바라보았지

정하井下, 오근장梧根場, 도안道安, 소이蘇伊

이국정서의 낯선 매혹에

팔랑개비 나그네로 살고 싶었으나

지갑이 얇아서 책장이나 뒤졌지

선불 맞은 맹수의 비명

증기 기관차의 기적 소리 아니 나고

들리느니 이제는

점잖은 디젤의 기적일 뿐이나

충북선은 여전히 3등 노선

내 고독의 자연사 박물관

잃어버린 시간의 잔설殘雪이 푸르구나

 


 

 

정지용문학상제 36회 2024년 수상작 

 

3월 三月

 이재무

 

못자리 볍씨들 파랗게 눈뜨리

풀풀 흙먼지 날리고

돌멩이처럼 순식간에 날아든

꽁지 짧은 새

숲 흔들어 연초록 파문 일으키리

이마에 뿔 솟는 아이

간지러워 이마 문지르리

 

정지용문학상 20회~27회 수상작 보기: 김초혜,도종환,이동순,문효치,이상국,정희성,나태주,이근배

 

👉 정지용문학상 20회~27회 수상작 보기 👆

 

반응형

TOP

Designed by 건강브리핑